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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시간과 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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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기후변화에 대해서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을까? 기후변화가 심각하다는 것은 학교에서,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들어왔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기후를 측정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라는 현상은 지구 시스템의 사이클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또, 환경단체들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 오버해서 이야기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슬란드의 작가이자 환경 운동가인 저자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은 이 책을 통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크게 꾸짖는다. 저자는 피부로 와닿지 않는 과학적 데이터들을 여러 에피소드와 적절한 비유로 절박한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인류는 화석연료를 통해 적어도 우리 행성에서는 '신'의 능력을 갖게 되었다. 석유와 석탄은 인류에 역사상 유래가 없는 번영을 안겨다 주었다. 원한다면 어디든지 하루-이틀 안에 이동할 수 있고,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든지 음성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우리 인류는 트럭을 이용해 전 세계 강들이 운반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흙을 나르고, 하루에 약 666개 화산에서 뿜어내는 분량의 이산화탄소를 대기중에 배출하며 지구 기후와 해수 산성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 생각에 우리는 우리가 가진 힘의 크기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책에서 이런 내용이 나온다. 

"누군가는 이 모든 이산화탄소를 없애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나무를 심든,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재포집하는 신기술을 개발하든, 대가를 치르지 않을 수는 없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가 지구 생물권과 자신들의 목숨을 대가로 치러야 할 것이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안락한 삶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손들을 희생시킨 대가다."

바다는 분명 우리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30%를 흡수한다. 그 대가로 지난 30년간 바다의 해수 산성도가 0.1pH씩 낮아져 8.1pH에서 현재는 7.8pH라고 한다. pH는 로그 단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인간의 혈액은 7.35pH~7.45pH 사이의 산성도 변화를 감당할 수 있다. 해수 산성도가 낮아지면, 현재 칼슘 과포화 상태에서 아포화 상태로 바뀌고, 아포화된 바다는 석회를 흡수하고 조개껍데기와 산호초를 녹인다. 

 아직까지는 큰 변화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도 '티핑 포인트'가 어디인지를 모른다는 것이 문제이다. '티핑 포인트'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구간을 일컫는다. 나는 복잡계 물리에서의 상전이(phase transition)가 발생하는 임계점(critical point) 개념으로 이해했다. 임계점에서의 물리계는 아주 큰 요동을 보인다. 이 티핑 포인트를 넘어가게 되면 변화를 더 이상 막을 수 없다. 이 불확실성을 일으키는 또 다른 티핑 포인트는 시베리아의 영구동토대이다. 수천 년간 얼어있던 토양이 녹으면서 아산화질소(Nitrous oxide, $N_2O$)를 내뿜는데, 이것은 이산화탄소보다 300배 강한 온실가스이다. 이산화탄소보다 25배 강한 메탄도 매출될 것이다. 또, 습지가 마르면서 많은 이산화탄소가 방출될 것이다. 변화는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난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얼마 없다. 아주 절박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땅이 척박해져 난민이 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어쩌면 세계 수많은 곳에서 기후 때문에, 물 때문에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절망, 냉소, 패배주의에 빠지기는 쉽다... (중략)
... 내게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 하지만 그러려면 사람들이 하늘을 날고 에이즈를 치료하고 달에 가려고 갈망했던 것 만큼 열렬히 해결책을 갈망해야 한다."
 

 2018년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데이비드 애튼버러가 이야기한 것 처럼, "우리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문명의 붕괴와 대다수 자연의 멸종은 시간문제이다." 위기의식이 지금보다 수천배는 높아져야만 한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고민한 것은,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다. 나는 먼저 불필요한 소비부터 줄이려고 한다. 되도록 배달도 한 번에 몰아서 하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인식을 주변과 공유하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책에서 언급했듯이, 무슨 플라스틱 빨대를 규제하고 그런것으로는 정말 턱도없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인 구절이 있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개인이 남에게 피해를 끼칠 자유를 제한 할 것이라 기대하고, 수십 년 뒤에 피해를 입힐 것이 뻔한 행위들을 민주주의 체제가 제한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의 오류라는 것이다. 오늘날 자유주의체제의 핵심을 관통한다고 생각한다. 자유주의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러나 우리가 행하고 있는 온갖 낭비와 탐욕은 사실상 집단 학살행위이며 자살행위와도 같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 늦기전에 - 이미 많이 늦었지만 - 빠르게 위험성을 함께 인지하고, 세계 2차대전에서 그랬듯이 모든 국가의 GDP의 상당부분을 '기후전시체제'로 돌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이 책은 열변하고 있다. 

 아직 1월이지만,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인상깊은 책이 될 것 같다. 

우리가 합리적 존재이고 이 죽음이, '바다의 왕관'의 죽음이 목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본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나설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나설까? 산의 얼어붙은 암소가, 동물의 제왕이, 전 세계 농지가 위험에 처해도 나설까? 우리는 무엇을 할까? 증거가 더 필요할까?

 아직도 감이 안오는지? - p.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