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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후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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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발 아리엘리 지음, 김한슬기 옮김

 후츠파(Chutzpah)는 이스라엘어로 무례하고 공격적인 사람 또는 행동, 혹은 담대하고 용감한 사람 또는 행동을 일컫는 말이다. 이스라엘에는 토론문화가 잘 정착되어있는데, 상급자와 하급자가 같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후츠파라고 부른다. 이 책은 세계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는 이스라엘인들의 창조성과 혁신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이스라엘 사람으로써, 이스라엘 사람들이 왜 뛰어난지를 분석한다. 책에서는 이스라엘 아이들의 성장과정과 사회분위기를 조명함으로써, 이스라엘인들이 도전정신과 창의력, 빠른 의사결정등의 특성을 어떻게 획득했는지 설명한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이스라엘인들의 자유방임주의에 가까운 교육방식이나, 팀으로 일하는 법을 배우는 방식, 실패를 대하는 방식 등 굉장히 배울 점이 많았다. 특히 이스라엘인들이 가지고 있는 개방성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방식은 내가 꼭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불편했던 부분이 있다. 저자가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강해서, 보는 내내 예시가 조금 과장되어있다고 느꼈다. 특히 STEP4 부분의 사례연구 : 이스라엘 방위군 정보부대 유닛 8200 에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저자는 앞선 내용에서 이스라엘 방위군은 개인의 과거나 학벌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하며 학업성적을 보고 뽑는 영국의 경우와 비교하여 자국의 우수성을 앞세운다. 그러나 바로 이어지는 정보부대 유닛 8200내용에서, 유닛 8200또한 배경을 중요하게 본다고 한다. 물론 여기서 보는 '배경'은 사회활동에 더 큰 비중을 둔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의 대학입시로 보면 '학생부 종합전형' 같은 것이다. 그런데 부대원들은 자격 요건 충족과 상관없이 심사 과정에 후보 한 명을 추천할 수 있고, 이 추천으로 유닛 8200에 입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이게 맞나? 싶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면 학을 떼는 학연-지연-혈연 아닌가? 결국 이런 과정을 통해 전국에서 가장 재능있는 상위 0.01%의 청소년만 정보부대에 합류한다고 한다. 이 제도를 내가 완벽히 모르기 때문에 하는 걱정일수도 있지만, 결국 이는 부의 양극화 문제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이 할 수 있는, 창의력을 증명할 수 있는 어떠한 스펙을 쌓는게 과연 쉬울까? 또, 고등학교를 이제 막 졸업한 성인이 보유하고 있는 인맥 네트워크가 넓다면 얼마나 넓을까? 추천 대상이래봐야 결국 본인 학교의 후배거나 같은 지역 친구일텐데, 이를 통해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겨우' 의무복무 가지고 무슨 부의 양극화를 걱정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저자는 이어지는 내용에서, 출신 부대만으로도 직원의 성격과 특징, 환경을 파악한다고 한다. 결국 이스라엘도 '엘리트 코스'를 밟아야 사회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18세 반에 8200에 입대해서 장교로 발탁돼 지휘관 훈련을 받고, 제대를 6개월 앞두고 드문 기회를 잡아 유닛 8200 장교 훈련소 소장으로 복무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 여러분에게는 대단한 여정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는 많은 이스라엘 청년이 거치는 평범한 경험일 뿐이다. " - p.195

 장담컨데, 많은 이스라엘 청년들도 당신을 보고 대단한 여정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오버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런 극히 예외적으로 성공적인 케이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예시로 들면서 '이스라엘인들의 우수성' 을 설파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과한 이스라엘 사랑만 조금 견뎌낼 수 있다면,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이 책은 배울게 꽤 있는 책이다. 특히 위계질서에 갇히지 않고 질문하는 것, 인내심을 가지고 도전을 계속 하는 것, 가정하기를 의심하는 것 등 녹여낼 수만 있다면 정말 좋을 삶의 태도가 담겨있다.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면, 먼저 도서관에서 빌려서 한 번 탐독해보면 좋을 책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로 짧은 서평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한계를 극복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개인이든 기업이든 자신이 지닌 능력을 믿고 낙관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일상적이고 편안한 영역에서 벗어나 낯선 세상을 탐험하며 새로운 도전을 마주할 수 있다. 높은 자리에 오르지만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사람과 오래도록 뛰어난 성과를 내는 사람의 차이는 끊임없이 탐구하고 도전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자세에서 비롯된다." - p.244